올해 상반기는 책장에 꽂힌 개발 서적들과 화면 속 생성형 AI가 동시에 내 시선을 사로잡는 시간이었다. 클린 코드의 노란 표지와 도메인 주도 설계의 파란 글씨는 여전히 익숙한 위안을 주지만, 그 옆을 스쳐 지나가는 AI의 답변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제 이 원칙들은 여전히 유효할까?”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와 키보드 타자 소리가 교차하는 공간에서, 나는 지식의 축적과 실천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생성’이라는 층위를 마주하고 있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내가 가진 지식의 틀을 재정의하도록 요구하는 대화 상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대비를 시작했다. 서가의 책들을 단순한 참고서가 아니라, AI와의 대화에서 잃지 말아야 할 근본적인 질문들을 담은 텍스트로 다시 읽기로 한 것이다.
* 첫째, ‘왜’라는 질문을 잊지 않기 위해. AI가 제안하는 코드의 ‘어떻게’보다, 그 설계 뒤에 숨은 원리와 트레이드오프를 묻는 훈련이 필요했다.
* 둘째, 역사의 맥락을 의식하기 위해. 최신 트렌드에 대한 답변은 AI가 빠르지만, 그 트렌드가 만들어지게 된 기술사의 흐름은 책이 더 잘 설명해주었다.
* 셋째, 나만의 판단 기준을 세우기 위해. 넘쳐나는 AI의 출력물 속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걸러낼지 선택하는 필터는, 결국 내 안에 쌓인 경험과 독서에서 나온다.
상반기가 저물어갈 무렵, 나의 서가는 더 이상 지식의 저장고가 아니다. 그것은 이제 과거의 지혜와 미래의 가능성이 조용히 대화하는 사색의 장이 되었다. AI와의 협업 시대, 개발자의 진정한 준비는 최신 도구를 빠르게 익히는 것만이 아니라, 그 도구와 더 깊이 있고 비판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나만의 정신적 서가를 단단히 쌓아올리는 일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코드는 여전히 쓰여지겠지만, 그 앞에 앉은 나의 태도는 분명 달라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