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이유

2026년 01월 28일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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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라웨어는 왜 ‘세계 기업들의 수도’가 되었나
미국의 작은 주 델라웨어는 단순한 행정 구역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의 본적지로 기능합니다.
포춘 500대 기업 상당수가 델라웨어 법인을 택하는 이유는 우연이 아니라, 법의 구조가 만들어낸 선택입니다.

쿠팡이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이유 쿠팡이 델라웨어를 택한 이유
한국에서 영업하는 쿠팡은 겉으로는 한국 기업처럼 보이지만, 지배구조의 최상단에는 델라웨어에 설립된 Coupang Inc.가 있습니다.
이 구조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델라웨어 상법이 제공하는 예측 가능성과 지배구조 설계의 유연성이 있습니다.

왜 모두가 델라웨어로 향할까
사람들이 흔히 세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델라웨어의 핵심 경쟁력은 세금보다 법의 작동 방식에 가깝습니다.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유리한 법이 아니라, 분쟁이 났을 때 결과를 계산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법입니다.
델라웨어는 이 지점에서 독보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배심원이 없는 형평법원
델라웨어에는 기업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Court of Chancery(형평법원)가 있습니다.
일반 시민 배심원이 아니라 기업법 전문 판사가 사건을 심리하고 판단합니다.
그 결과 절차가 빠르고, 판례가 누적되며,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리스크를 계산하기 쉬워집니다.

경영판단의 원칙이 주는 방패
델라웨어 기업법은 이사가 선의로 내린 경영 판단에 대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책임을 폭넓게 제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른바 Business Judgment Rule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경영진은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집니다.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이 델라웨어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유연한 지배구조 설계
의결권 구조, 이사회 구성, 주주 권한 배분 같은 설계를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짤 수 있는 폭이 넓습니다.
창업자 중심의 경영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기업, 외부 투자 유치를 하면서도 통제권을 잃고 싶지 않은 기업에게 델라웨어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쿠팡과 델라웨어의 연결고리
쿠팡 사례에서 한국 사회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지점은 차등의결권(Dual-Class Stock) 구조입니다.
델라웨어에서는 1주당 복수 의결권을 부여하는 형태가 가능해, 창업자가 지분율보다 훨씬 큰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기업 성장 초기에는 장기 전략을 밀어붙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소액주주 보호 측면에서는 논쟁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차등의결권이란 무엇인가
차등의결권은 주식 종류에 따라 의결권 수가 다르게 설계되는 구조입니다.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창업자나 핵심 경영진이 보유하면, 지분율이 낮아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이 같은 구조를 활용해 상장 이후에도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왜 ‘충격’이 되었나
한국 상법 체계는 원칙적으로 1주 1의결권에 더 가까운 구조를 기본으로 삼아 왔습니다.
그래서 쿠팡 같은 차등의결권 구조는 국내 상장사에서는 구현이 쉽지 않고, 제도적 논쟁이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합니다.
혁신 기업의 장기 성장을 위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엄격한 원칙을 지켜야 하는가.

델라웨어가 ‘친기업’만은 아니라는 순간
델라웨어는 기업에 자유를 크게 주지만, 그 자유가 남용되는 순간에는 법원이 매우 정교하게 개입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성격이 가장 크게 드러난 사례 중 하나가 일론 머스크 보상안 분쟁입니다.
한때 델라웨어 형평법원이 거액 보상안이 소액주주에게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 상급심 판단과 사회적 논쟁이 이어지며 전 세계 지배구조 담론으로 확산됐습니다.
이 사건은 델라웨어를 단순히 친기업적 천국으로만 보는 관점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델라웨어 상법과 한국 상법의 결정적 차이
델라웨어는 기업에게 지배구조 설계의 자유를 크게 허용하되, 분쟁이 발생하면 축적된 판례와 전문 법원이 정교하게 개입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한국은 구조적으로 형사 책임 리스크가 더 크게 작동하는 영역이 있고, 지배구조 설계의 선택지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편입니다.
즉 한쪽은 설계 자유와 사법 통제의 정교함, 다른 한쪽은 규범적 원칙과 책임 구조의 강도가 핵심 차이로 나타납니다.

정리
델라웨어는 기업에게 높은 수준의 유연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법의 인프라’를 만들어 냈습니다.
쿠팡은 이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자본시장에 맞춘 지배구조를 설계했고, 그 선택이 한국 사회에서 지배구조 논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기업 국적 논쟁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법과 규칙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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